매출 1000억 기업 상속할 때 수백억 세금... 위협받는 가업승계[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입력 2022-09-08 07: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은 상속?자산관리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살펴봅니다. ‘완벽한 상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봅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누구보다 능력있고 근면 성실한 A 씨는 B사를 50년 넘게 경영했다. 삶을 바치다시피 한 B사는 꾸준히 성장해 연 매출 1000억원대, 종업원 2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났다. 어느덧 80대가 된 A 씨는 네 명의 자녀 중 영리하고 준비된 차남에게 기업을 승계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상속재산의 50%를 상속세로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유류분 때문에 아내와 나머지 세 명 자녀가 반대할 경우 차남이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경우 A 씨는 원만하게 기업 승계를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기업을 승계하기 위해선 상속제도와 상속세라는 높고 험한 산을 넘어야 한다. 국내 광통신 소자 부문 1위 우리로 광통신은 14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투자자문업체에 경영권을 넘겼다. 국내 신발 원단 1위인 동진섬유, 세계 손톱깎이 시장 1위를 지키던 쓰리세븐, 콘돔시장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유니더스도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 승계에 실패해 회사를 매각하고 말았다.

현행 민법상의 상속제도 아래에서는 사전에 후계자를 정해 기업승계를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첫째, 유언상속에 의한 불안정한 상속 법률관계 때문이다.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고 엄격한 요식성 때문에 유언자의 사망 후에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같은 이유에서 창업주 사망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 유언이 온전히 집행되지 못하거나 상속 법률관계가 확정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법률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유류분 문제 때문이다. 경영에서 배제된 상속인들은 유류분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후계자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 반환 청구가 인용된다면, 원물반환 원칙에 따라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 유류분 침해액 계산에 기간 제한 없이 모든 생전증여를 고려한다. 수십 년 전의 증여도 모두 상속개시를 기준으로 그 가치를 산정한다. 따라서 후계자는 상당한 수준의 유류분을 반환하게 돼 큰 타격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권마저도 잃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A 씨가 다른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고려해 차남에게 지분을 승계하는 계획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A 씨 사후에 상속인들 간의 분쟁이 불가피하고 적어도 수년간 B사의 경영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기업을 승계하기 위한 상속도 일반적인 상속과 마찬가지로 30억 원을 초과한 금액부터는 50%에 이르는 상속세를 부과한다(중소기업이 아닌 경우 대주주 지분은 할증되어 최대 60%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2000억원 가치의 기업을 승계할 경우 발생하는 상속세가 2000억원의 현금을 상속할 때 발생하는 상속세와 다르지 않거나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을 승계한 후계자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고용유지, 하청업체의 납품기회 보장, 원청업체의 안정적인 생산이라는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기업의 승계는 비단 개인자산을 승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의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사회적인 역할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업승계의 특성을 고려해 가업상속공제 제도,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 등 기업의 원만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특례가 마련돼 있다.


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긴 하지만, 위 특례에 적용되기 위한 사전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기 어려운 기업 또한 많다. 또한 특례를 적용받은 후 준수해야 하는 사후요건이 까다로워 기업의 경영판단이 상당히 제한된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업종 변경 제한 요건은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자의 판단을 제한한다.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망해가는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도 특례의 적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업상속공제 특례를 적용받는 기업은 연평균 70건을 넘지 않는다. 이는 유사한 특례제도를 운용하는 독일에서 그 혜택으로 보는 기업이 연평균 1만 건이 넘는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은 수치다.

A 씨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제도 등의 적용 대상이라면 과세 대상 상속재산 중 최대 500억 원이 공제된다. 다만, B사는 A 씨가 대주주인 중견기업이므로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할증돼 60%에 이르게 된다. 상속인들은 수백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현행 상속제도와 상속세는 원활한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아가, 기업승계는 대중들에게 대표적인 ‘부의 세습’으로 낙인찍혀 부정적인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감정 역시 기업승계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기업이 승계되고 계속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A 씨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업승계를 준비한다면 보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할 수 있다.

첫째,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반환청구 등 상속제도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이 사망한 때에 수익자에게 수익권을 귀속시키거나 위탁자가 사망한 때부터 신탁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수익권을 부여하는 형태의 신탁을 말한다.

즉, 유언을 대신하는 신탁을 설정하는 것이다. 신탁은 위탁자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형태로 신탁을 설계할 수 있는 설계상의 유연성이 확보된다. 유언과 달리 재산 이전의 시기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고 조건이나 기한을 부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원하는 바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신탁은 제3자에게 재산적 이익을 귀속시키고자 할 때 증여처럼 단순히 재산권을 그대로 이전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수탁자를 개입시켜 제3자에게 수익권의 형태로 그 재산상의 이익을 수여할 수 있다. 신탁의 전환기능을 활용하면, 주식을 주주로서의 의결권과 주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으로 구분한다. 그다음, 전자는 수탁자가 주식의 명의자로서 행사하는 의결권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지를 지시하는 의결권 행사 지시권 형태로, 후자는 수탁자가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취득하게 될 수익을 분배받는 배당이익 수령권 형태로 각각 분리해 수익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할 때, 수탁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 지시권과 신탁 종료 시 신탁재산인도청구권을 후계자에게 부여하고, 주주에게 부여되는 배당금을 수령할 권한을 후계자가 아닌 상속인에게 귀속시키면 유류분 침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실질적인 의결권 행사 권한은 후계자에게 집중시키고 나머지 상속인들에게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배당이익 수령권을 부여해 유류분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을 조정하거나, 창업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를 공익을 위해 이전해 지분율을 줄이되 경영에 필요한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과세 대상인 상속재산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해외의 성공적인 기업승계 사례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후자는 공익재단법인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함과 동시에 기업의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러 나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보통주 대부분을 재단에 귀속시키고 차등의결권 있는 주식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미국의 포드 가문, 의결권 없는 재단유한회사가 99.9% 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0.1% 지분에만 의결권을 부여하여 기업을 지배하는 슈바르츠 그룹, 92% 지분을 공익재단법인에 기부하고 나머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보쉬 그룹 등이 있다.

유사한 구조로 기업을 지배하는 스웨덴 최고의 금융가문인 발렌베리그룹은 5대에 걸쳐 160년이 넘게 유지돼 왔다. 공익재단법인을 통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초기술과 학술지원 등의 공익사업을 수행한 결과 지금까지도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국가적인 기업이다.

A 씨가 지금부터라도 기업을 승계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면, 신탁을 통해 유류분 분쟁을 방지하고, 지배구조 개편과 공익재단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방법 등으로 과세대상 재산을 감소시켜 상속세를 상당한 부분 줄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공익재단법인을 통해 공익을 위해 기여한다면 ‘부의 세습’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본래의 취지대로 통과될 경우 가업상속공제 제도 등 여러 특례가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실효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정안에서는 상속세 납부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제도가 적용된다면 적어도 상속세 납부 부담 때문에 기업을 승계하지 못하는 슬픈 현실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민법/신탁법)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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